국민아파트 101동 2402호에 사는 박지민은 오늘 기분이 매우 좋다.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일주일간의 달콤한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2학년의 마지막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을 때 이번 겨울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니들의 수능점수가 바뀔 거다-라며 겨울 방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선생님은 3학년 1학기 수업 종료를 앞두고 이번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대학교 이름이 바뀔 거다-라며 공부길만 걷기를 강조하셨다. 뭐 그건 그거고. 여름 방학 보충수업을 앞두고 단 일주일의 꿀 같은 휴식을 만끽할 생각에 기분이 고도로 업된 지민이는 교복을 벗어 던지고 블랙앤시크로 한껏 멋을 부렸다. 누군가가 보기엔 꾸러기 스타일일지도 모르지만 이런게 지민스타일, 거짓말 웩들관 다르단 말이야. 힙하게 모자를 돌려쓰고 현관을 나오다가 그러고 가니?? 하는 엄마의 의문형에 '네에.' 하고 착하게 대답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양 쪽 귀에 이어폰을 끼운 지민이가 폰을 꺼냈다.
[ㅇㄷ?]
[나가고있음]
[ㅇㅇ난 엘리베이터]
'띵똥'
김태형의 동선까지 파악한 지민이는 들뜬 마음을 눌러담으며 엘리베이터에 탑승을 했다. 조급증을 숨기지 못하고 연타로 닫힘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부지런하기도 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혼자만의 공간에 남겨진 지민이가 핸드폰 볼륨을 높이며 내적댄스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천장 구석에 달린 씨씨티비를 보며 매력발산을 하던 지민이 둠칫두둠칫 스텝을 밟다가 문득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자 문이 열림과 동시에 누군가가 입장을 한다.
'헐... 못 봤겠지?? 봤나???'
패기 넘치던 스텝은 다 어디 가고 (다 중동 갔다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넓은 자리를 놔두고 지민이 옆에 딱 선 남자애는 17층에 사는 박지민네 학교와 라이벌인 고등학교 2학년 전정국. 참 거시기한 타이밍에 거시기한 고등학교 애를 만나니 기분이 꾸깃해져서 땅만 보고 있는데 팔뚝을 톡톡 건드는 느낌에 고개를 들자 전정국이 손가락으로 층수 버튼을 가리키고 있다. 뭐 어쩌라고. 쪽팔림에 귓불까지 빨개져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그 시각 전정국은 박지민에게 '저기요, 몇 층 가는데요?' 를 세 번이나 묻고 있었다. 이어폰에 노래가 나오고 있어서 전정국 목소리가 안 들렸던 것... 전정국이 팔을 건드리며 눈치를 주자 박지민이 어어, 하고 얼빵한 소리를 내며 한쪽 이어폰을 뺀다.
"몇 층 가냐고요? 층수도 안 눌러 놓고, 그냥 춤추고 싶어서 엘리베이터 탄 거예요?"
아이 시발... 다 봤구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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