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병단 3명을 순식간에 항거불능상태로 만든 정국이 제일 가까이에 있는 헌병 붙잡고 성벽 안에 [지민] 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를 아냐고 물어봄. 밑도 끝도 없이 [지민]이 누구냐고 묻는 정국이 단검을 손에 꽉 쥐고 있는 게 보여서 헌병은 자기가 알고 있는 [지민]이 누가 있는지 미친 듯이 머리를 헤집다가 엘리트 학원 소속의 지민을 떠올림. 그 지민 말고는 도저히 생각나는 지민이 없음. 성 안에 사는 아이들을 중에서도 최상위 인재를 양성하는 학원에 소속된 지민이 이 야차 같은 소년이 찾는 지민이 맞길 바라며, 아니 아니길 바라며, 사실 맞든 아니든 자신에겐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학원의 위치까지 술술 발설하던 헌병이 솟구쳐 오르는 피에 눈이 풀리며 점점 말수가 줄어듦. 혈색이 빠져나가는 병사를 무심하게 내려다보던 정국이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성벽을 향해 걸음을 옮김. 어차피 죽지 않을 만큼만 찔렀으니까 살아남는 건 헌병단의 몫이고. 지하도시에서 그 정도 외상은 천조각 몇 번만 감으면 알아서 나아야 되는 수준임.

 

 

단검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내어 옷 안에 집어넣은 정국이 가슴팍에서 부스럭 거리는 비닐봉지를 꺼내어 봄. 언젠가 지하도시의 여자가 먹으라고 준 하얀 떡뭉치를 생각나게 하는 사진 속 갓난아기를, 반드시 찾아야 했음. 사진이 든 비닐봉지를 다시 가슴 안에 넣은 정국이 점점 가까워지는 성벽을 보며 옷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씀. 지상은 너무나 밝고 눈부셔서 어두침침한 지하에만 있던 정국이 과하게 쏟아지는 빛에 적응하기 힘듦. 온 세상이 나만 비추는 것 같고, 발가벗겨진 기분에 몸을 움직이는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짐.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은 너무 따뜻하고 바람은 너무 부드러워서 뼛속까지 지하사람인 정국은 엄청난 위화감을 느낌.

 

 


그렇게 성벽으로 들어간 정국은 헌병단이 말한 엘리트 학원의 위치를 머릿속으로 더듬어가다가 망설임 없이 학원의 담장 벽을 넘음. 넓은 잔디밭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둘러 쌓인 학원은 간간히 검술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기합소리만이 울려 퍼졌는데 그 소리에 이끌리듯 걸어가던 정국이 어느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춤. 그건 정국이의 의지가 아니라 본능적인 끌림이었음. 여기 어딘가 이름의 주인이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손목에 새겨진 글씨가 따뜻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더니 동시에 심박수가 빠르게 증가함. 손목의 글씨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던 정국이 넓은 복도를 따라 걷다가 문득 제자리에 멈췄는데 동시에 복도를 울리는 까랑한 목소리.

 

 

'외부인 출입금지인 걸 모르나'

 

 

돌아본 복도 테라스로 다리를 꼬고 앉은 거만한 얼굴의 소년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음.

 

 

'걸인은 더욱 사양인데'

 

 

소년이 자신을 거지취급을 하는 건 안중에도 없이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터져 나오는 아드레날린에 정국은 저 소년이 [지민]임을 직감하고 다가가는데 정국이 다가오자 격렬하게 거부하는 지민이 되겠다. '가까이 오지마. 한 발짝만 더 움직이면 널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 하며 검술용 칼을 꺼내어 위협함. 사실은 지민이도 자기 몸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음. 손목에 새겨진 [정국]이라는 이름이 저 거지꼴을 한 아이가 복도 끝에서 걸어올 때부터 미친 듯이 푸른빛을 내며 발광하기 시작한 걸 애써 감추고 있었음. 자신의 또 다른 전부가 될 이름의 주인이 저런 한심한 꼴을 한 비렁뱅이라는 걸 본투 엘리트인 지민이는 인정할 수 없었던 것.

 

 

지민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는 정국이 그 말을 무시하고 발을 떼자 자리에서 일어난 지민이 정국을 향해 칼을 겨눔.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속에서 푸르게 빛나는 지민의 손목을 발견한 정국이 '지민아' 하며 힘겹게 이름을 부르자 뎅그랑-하고 칼을 놓친 지민이 부지불식간에 눈물을 삐죽 흘림.

 

 

'왜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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