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를 끝내고 피씨방에서 총 게임이나 하고 있던 내게 한 통의 전화가 왔었다.



-어 정국아 무슨 일?

-형, 시급 끝장나는 알바 안 할래요? 이번 주 토, 일 나오면 이십만 원 준대요

-이틀에 이십만 원??

-보고 잘하면 보너스 오만 원 더 얹어 준다는데



그게 인형탈 알바일 줄이야. 아니 지는 귀여운 토끼탈까지 먼저 찜해 놓고 나는 왜 배추냐고. 심지어 사장님은 배추 학생은 웬만하면 얼굴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완벽한 배추 코스프레를 요구했다. 시발. 그럼 숨은 언제 쉬어요??





지금 내 귀에 들리는 게 음악인지 저승으로 인도하는 곡성인지 모르겠다. 이미 얼굴 고나리는 포기했다. 내가 죽겠다고요. 내가 배추를 입은 건지 배추가 나를 잡아먹은 건지 분간하는 건 이제 무의미해졌다. 배추 괴물의 몸통에 휘둘리며 기계적인 바운스를 흘리고 있는데 옆에서 폴짝거리던 토끼자식이 시비를 걸어왔다.



"똑바로 해요 형. 보너스 날아가겠네"

"나도흐...최선을 다 하고 있다구...헉..."

"아 지민이 형 신음 소리 내네"

"장난흐....해에?"

"너무 음란하잖아요 배추 형. 동심은 건드리지 말자구요"



사람이 극한으로 몰리면 자제력과 판단력이 흐려지게 마련이었다. 요단강에 발가락을 담글까 말까 하고 있는데 자꾸 신경을 긁으며 현실로 멱살을 끌고오는 전정국의 목소리에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졌다.




"안 해! 시발! 안 한다고!"

"아, 진짜, 까탈 부리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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