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구입한 로봇 사용 후기 말하고 있는데 컨트롤하기 힘든 로보트가 힘차게 등장.
"아니, 다 좋아요. 힘도 세고 연료도 적게 들고 외관도 좋고.. 근데.."
"뭐가 문제야?"
"근데... 내 말을.. 후...."
단 한 명의 주인에게만 충성을 바친다는 말에 거금을 주고 구입한 로봇이었다. 연구팀의 실수로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진 JK 모델. 이번 물량만 뽑고 더 이상 생산되지 않을 거라는 윤기 형의 말에 덜컥 선입금부터 한 게 잘못이다. 시간을 돌리고 싶어.. 단 며칠 만이라도...
-이름이 JK 맞아?
-JK는 모델 명입니다. 저의 정확한 품번은 JK-901. 한국식 이름은 정국이라고 합니다. 주인님이 그것도 모르세요?
-어쭈.. 넌 내 이름 알아?
-JK는 주인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습니다.
-뭐야.
그때부터 고철 덩어리에게 말린 것 같았다.
-이거 좀 옮겨 줄래?
-이 정도는 주인님의 근력 수치로 충분히 옮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제가 도와드릴게요.
존나 생색을 내고.
-설거지 좀 해놔.
-네. 그런데 식기세척기 사면 안 돼요? 5-A213 챕터에 저장된 데이터에 의하면 식기류를 자동으로 세척하고 건조하도록 설계된 기기로 현대인들의 필수 가전제품 중 하나라도 되어있는데요. 왜 안 사요? 주인님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결국 샀다. 나 편하자고 산 건지 로봇 편하자고 산 건지 나도 모르겠다.
-운전할 수 있지?
-그럼요. 하지만 초행길인 제가 목적지까지 주인님을 무사히 모셔다드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물론 저는 최고급 티타늄 합금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돌발적인 사고가 나더라도 다치지 않을 거예요. 제 걱정은 마세요.
-그런 상황에선 니가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겠다 뭐 이런 대사가 나와야 되는 거 아니야?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지 않습니다.
-뭐야 시발.
-나 콩밥 안 먹는다고! 밥에 뭐 섞는 거 싫다고 했잖아.
-그래서 키가. 주인님은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다 컸어. 다 컸다고!
평온한 얼굴로 사람을 잘 멕인다.
-청소기 돌려놨어?
-지금 하려고요.
-야 시킨 지가 언젠데..!
-1시간 25분 17초 전입니다.
이렇게. 시발.
-야 좀 일어나 봐.
-아아, 티타늄 합금이라서 그런가 몸이 천근만근이네요. 저 좀 일으켜 주실래요?
-진짜 가지가지 한, 으억!
-제 위로 넘어지면 주인님이 다쳐요. 6-B613 챕터에 저장된 데이터에 의하면 한국 속담 중에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
-닥쳐! 닥쳐 좀 제발...
후.....
지난 일주일의 시간이 눈앞으로 스쳐 지나갔다.
"뭐가 문제냐니까."
"제가... 제가... 쟤를 컨트롤할 수 없써요...."
말 끝나기가 무섭게 내 뒤에 와서 앉아 있는 정국이가 너무 부담스럽다. 윤기 형... 리모컨 같은 거 없어요..?
-
불만 있으면 환불해 보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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