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라서 그런가 평소보다 칙칙하게 느껴지는 피부에 위기감을 느꼈다. 남들과 똑같이 눈, 코, 입이 달려 있지만 나는 그 포인트만 가지고는 도저히 내 얼굴에 만족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최근 들어 얼굴 피부에 굉장히 공을 들이며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자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퍼석해지는 피부결에 거울을 보며 조금 눈물이 났던 것도 같다.



-왜 그러고 서 있어요?

-정국아.

-아 왜 이래.



화장실 거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정국이의 손을 잡아다가 내 얼굴에 갖다 대자 흠칫하며 어깨를 떤다. 새끼. 형아가 잡아먹니? 



-정국아 내 얼굴 어때?

-......



얌전하게 내 얼굴에 손을 얹고 있던 정국이가 한참을 골똘하게 생각하더니



-귀여운데요.



라고 했다. 





*



윤기 형 방에서 몰래 가져온 팩을 얼굴에 덕지덕지 발랐다. 아로마 향초 같은 걸 켜 놓고 침대에 누워서 녹색팩을 얼굴에 바른 채 명상에 잠긴 형을 봤었다. 고약한 취향이었지만 그것마저 윤기 형스러웠다. 팩에서 왠지 민트초코 맛이 날 것 같아서 무슨 맛이에요? 라고 물었지만 완벽하게 씹혔던 기억까지 나버렸다. 


윤기 없이 칙칙한 얼굴에 효과적이다는 설명서를 읽으며 손가락에 한 번 더 내용물을 주욱 짜내서 덧칠했다. 좋아, 완벽해, 빈틈이 없군. 거울로 비친 슈렉 같은 얼굴에 실실 웃고 있는데 얼굴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오, 대박. 이게 바로 팩의 효과인가? 실시간으로 전해져오는 알싸한 얼굴의 기운에 조금 당황했다. 잠깐만, 이거 15분 동안 있으랬는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고민에 빠졌다. 따가운데...? 나 지금 따가운 것 같아! 윤기 형은 이걸 어떻게 견디고 있었던 거지? 부작용 아니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 볼 것도 없어졌다.




쾅쾅쾅!



"안에 누구 있어요?"

"전데요."

"야 전정국 빨리 나와봐!"

"아 저 쓰고 있잖아요."

"안 돼, 나 너무 급해 지금!"

"하 진짜! 다른 화장실 쓰면 되잖아요!"



라며 화장실 안에서 소리치는 정국이다. 이거 얼마 전에 겪은 상황 같은데. 데자뷘가?



"다른 화장실에 형들 두 명씩 들어가 있단 말이야!"



그리고 윤기 형도 있고. 몰래 훔쳐 쓴 팩으로 현장 검거 당하고 싶진 않다고. "정국아아" 문고리를 흔들며 발을 동동 굴리는데 벌컥 화장실 문이 열린다. 



"형 저 혼자 씻는거 알잖아요."

"알지알지!"

"얼굴은 왜 그래요? 그거 윤기형 팩 아니에요?"

"아니야! 아니, 맞아... 근데 이거 이상해 부작용인가 봐, 너무 따가워, 나 얼굴 완전 뒤집어지는 거 아니야? 병원 가야 되고 막 그러면 어떡해."



말을 하다 보니 절로 감정이 격해졌다.



"그거 원래 그래요."

"원래 이런 거면 윤기 형은 어떻게 참,"

"말 그만하고 빨리 씻기나 해요. 따갑다며."

"응 완전 따가워!"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로 들어서자 문 안쪽에서 몸을 틀어 비켜준다. 



어푸어푸 소리까지 내며 격렬하게 얼굴을 씻고 있는데 나가지도 않고 구경하고 있던 정국이가 자기가 쓰려고 들고 있던 수건을 내민다. '왜?' '아기예요? 옷 다 젖었네.' 그러면서 목 아랫부분이 짙은 회색으로 물든 티를 수건으로 슥슥 문지른다. '아기 아니거든? 터프하게 씻으면 다 이렇게 돼.' 내 말에 킥킥 소리 내며 웃던 전정국이 손가락으로 내 볼을 슥 쓸어내렸다.



"얼굴 괜찮네요."

"진짜 괜찮아 보여?"

"음..."



팔짱을 끼고 내 얼굴을 품평하듯 훑어보던 전정국이 볼우물을 만들며 씩 웃는다. 왜 그렇게 웃는데?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들이밀며 박력 있게 노려보자 정색을 하고 화장실 밖으로 날 밀어낸다. '다 씻었으면 빨리 나가요.' '어어, 형을 막 미네.' '다음부턴 부엌에서 씻어요. 자꾸 나 따라다니지 말고.' '...웃기지 마랑!' 이라고 했지만 이미 화장실 문은 닫힌 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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