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아! 빨리 좀 나와 봐아."
"아 저 쓰고 있잖아요."
"미안! 내가 급해서 그래!"
'하 진짜! 다,다른 화장실 쓰면 되잖아여!' 하며 화장실 안에서 소리지르는 정국이다. 자기도 마음이 급해졌는지 말까지 더듬고 있다. 이 자식아, 다른 화장실이 비어 있으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겠냐고. 거실 화장실은 이미 호석이 형과 태형이가 점령하고 있는 중이다. 다른 건 몰라도 세안은 깨끗하게 해야한다는 정국이는 화장실만 들어갔다하면 기본이 십분이었다. 인마 우리 사촌누나도 세수하는데 5분밖에 안 걸리더라. '정국아아' 문을 두드리며 한 번 더 보채자 벌컥 하고 문이 열린다. 정구..어음마! 깜짝아!
"형 저 혼자 씻는거 알잖아요."
"알지알지."
근데 나 급하다니까! 대답과 동시에 몸을 배배꼬자 '...써요.' 하고 저벅저벅 밖으로 걸어 나온다. 어디가니 정국아? 그러고 가니?
"부엌에서 씻을 거예요."
아무튼 예민하기는. 온 얼굴에 칠해놓은 거품이 흐를세라 손으로 턱을 받치고 종종종 걸어가는 막둥이의 헐벗은 뒷모습이 듬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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