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술사들은 다 저런 스타일인가? 티비에서 보던 전형적인 마술사의 모습 (검은 양복에 비둘기가 나오는 모자를 쓴) 과는 사뭇 다른 발랑 까진 모습의 마술사는 나를 보며 '지민이에요. 박지민.' 하며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누가 물어봤나. '아, 예..' 떨떠름한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드는지 금방 정색을 하는데 웃을 때와 안 웃을 때의 차이가 제법 커서 신기했다. 베이비G 라는 소름 돋게 깜찍한 스테이지 네임을 가진 이 젊은 마술사는 조금 전까지 거의 탈곡기 수준으로 아이들의 영혼을 탈탈 털며 유치찬란한 마술쇼를 선보였다. 뭐, 유치찬란하다는 건 어른들의 기준이고. 아무튼 베이비G씨, 아니 박지민씨는 보육원 뒷 주차장에서 무대 세트를 정리하는 스텝들에게 잔소리를 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저렇게 의미 모를 눈웃음을 뿌리는 중이다. 뭔데요. 전 남자 안 좋아합니다. 특히 댁같이 까진 스타일은 더요.



"빵야빵야."



약간, 멘탈에 문제가 있는 사람 같기도 하고.



"이름 안 가르쳐줘요?"

"제가 왜요?"

"난 알려줬잖아요."

"전 안 물어봤습니다."

"전정국씨 되게 벽치는 스타일이네요."

"예??"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아낸 건지 얄밉게 웃으며 말하는 얼굴이 즐거워 보인다. '아까 원장님께 물어봤어요. 저 잘생긴 남자는 누구냐고. 여기 봉사활동 온다면서요? 되게 반갑다.' 반가운 건 오랜만에 보는 사람한테나 쓰는 말 아닌가? 여기 보육원에서 봉사한지 2년이 넘었지만 댁은 처음 보는데요. 어쨌든 뭐 나쁜 마음으로 봉사하러 온 사람도 아닌데 내밀어진 작은 손이 무안해 보여서 대충 잡고 흔들어주니 또 눈웃음이다. 원래 저렇게 웃음이 헤픈 건지. 



"정국씨 여기 봉사하러 다닌지 얼마나 됐어요?"

"2년 좀 넘었습니다."

"아... 2년? 2년이면, 좀 애매한데..."



고개를 갸웃하며 혼자 생각에 잠긴 마술사가 옆에 있던 스텝을 부른다. '호석이 형, 그게 언제라고 했지? 3년은 안 넘었지?' '어. 3년 다 돼갈 걸.'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를 대화를 듣고 있다가 문득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리는데 뒤통수에서 들리는 소리에 덜컥 발목을 붙잡혔다.



"여기, 아이들 두 명 죽은 거 알고 있어요?"

"예?"

"5살 짜리랑 7살 짜린데 남매라는 말도 있고."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온 마술사가 냉랭한 기운을 풍기며 말을 이었다. 사람을 꿰뚫어 보는 눈을 하고서.



"아, 뭐 전정국씨는 처음 들어볼 수도 있겠네요. 원장님께서 봉사활동 하러 오는 순수한 마음의 청년에게 그런 것 까지 말 할 필요가 있나."

"그게 무슨 소립니까?"



들어선 안 될 것 같은 말을 들어버린 듯한 찜찜한 기분에 표정이 절로 굳었다. 아이들이 죽다니? 어째서...



"2년 전 쯤에 꼬맹이 두 명이 죽었어요. 여기 보육원에서."

"...그런데요."

"아, 그런데 언제부턴가 여기 아이들이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요. 밤이면 복도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부엌을 뒤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런."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그게. 그 죽은 아이들의 넋일 수도 있다는 거죠."



지나치게 차가운 눈동자가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당신 뭐하는 사람입니까."

"이제 내가 좀 궁금해졌어요?"

"장난치는 거 아닙니다."

"장난일리가 있나. 장난치면 정국씨한테 한 대 맞을 것 같은데."

"뭡니까 당신!"



내 성질에 슬쩍 표정을 푼 그가 고개를 모로 꺾으며 웃는다.



"나 있죠, 귀신 잡는 사람이에요."



그 눈동자 속에서 일렁이는 불꽃을 발견한 나는 몇 번이고 눈을 비벼야 했다.





-



퇴마사 박지민

조력자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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