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학번 박지민과 16학번 전정국의 평범한 캠퍼스 라이프 보고싶다. 과는 공대임. 어딜가도 우중충하고 시커메야 제맛. 학교 다니면서 파릇파릇, 새싹새싹함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공대인데 그래도 봄은 봄인지라 마냥 즐거운 박지민과 전정국임. 전정국이 새내기로 들어오기 전까지 공대의 깨방정은 박지민이 담당하고 있었는데 이제 자연스럽게 전정국으로 바통터치가 됨. 사실 말이 바통터치지 둘이 바통 양쪽 끝을 마주잡고 쌍방정 떠는거나 마찬가지임. 처음엔 3월 내내 파워낯가림 하면서 동기고 선배고 교수고 인사만 겨우 하며 대면대면하게 굴던 전정국인데 4월초에 엠티를 다녀온 기점으로 박지민과 함께 방정이라는게 폭발함. 어쩌다보니 버스에서 박지민과 같이 앉게 되었고 이미 15학번들의 주도하에 선후배로 짝을 맞춰서 팀까지 짜놨던터라 운명의 데스티니로 2박 3일 내내 함께 다니게 됐는데, 버스에 딱 앉자마자 전정국이 '안녕하세요.' 하는 한마디에 박지민이 '어! 니 부산에서 왔나!' 하면서 소울메이트가 됨. 원래 언어라게 그 사람이 살아온 배경이 되고 문화가 되고 환경이 되기 때문에 낯선 수도권 대학교에 와서 늘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전정국이 말투 하나로 박지민한테 내면을 다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 사실 지민이도 처음엔 사투리 때문에 남모를 속앓이를 잠시잠깐 했는데 워낙에 둥글동글한 성격이라서 그냥 있는 그대로 1학년 시절을 보냈었음. 무튼 그렇게 전정국은 박지민을 통해 공대의 초랭이로 급부상함.


둘이 틈만나면 같이 다니는데 옷 입는 스타일도 다른 듯 비슷함. 기본적으로 둘다 박시한 느낌을 즐겨 입는데 전정국은 정말 기본 무지티만 입고 다니고 박지민은 그것보단 약간 힙하게 입고 다님. 전정국이 항상 팀버랜드 워커만 신고 다녀서 '팀버랜드=전정국 발'이 되었는데 한 번은 박지민이 팀버랜드 신고 걸오는 정국이에게 '아 전정국 맨발로 학교 오면 어떡하노? 개 예의 없네.' 하자 '아 형 미친ㅋㅋㅋㅋ' 하면서 컹컹거리는 정국임. 그러다가 한번씩 지민이도 워커를 신고 올때가 있는데 그럴때마다 지가 먼저 선수 치면서 '정국아 니 발 좀 빌렸다.' 하곤 스텝 밟아 주면서 깨방정 떰. 그러면 그 옆에서 같이 출처가 불분명한 스텝 밟으면서 걷는 전정국임. 평소에 점잖게 걸어다니는 모습을 찾아 보는 게 더 힘들어서 둘이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도 신경 안 쓰고. 교양 수업 겹치면 같이 앉거나 앞뒤로 앉거나 아무튼 최대한 붙어서 앉았는데 둘이 붙어 있으면 은근한 덩치 차이때문에 다들 한 마디씩 거듦. '박지민 언제 클래?' 하면 지민이는 다음 생을 노려볼게 하면서 눈물 닦는 척 함. 그러면 전정국이 어깨 토닥여 주는 척 하다가 드럼치듯이 어깨 막 두들기면서 노래하고. '지민이 형 키 겁나 작어~ 지민이 형 키 겁나 작어~' 그러거나 말거나 박지민은 어깨 들썩이면서 동기들이랑 과제 얘기 하고 그럴 듯. 


그렇게 계절이 흐르고 갑자기 더워진 오월이 찾아옴. 교양 수업 때문에 인문대로 걸어가다가 '아 미친듯이 덥,' 하면서 버럭 거리는 박지민의 입을 손등으로 탁 막으면서 '형 더우니까 소리 지르지마요!' 하고 더 크게 소리치는 정국이. 입이 막힌 채 티만 펄럭이며 걷던 박지민이 (막힌 채로 가만히 있는건 뭔데) 인문대 건물에 붙어진 포스터 보고 우어어엉거림. 손등에 지민이 입술이 요동치는게 느껴지자 정국이 인상 쓰면서 손 떼는데 손등에 침 묻어 있고 ㅋㅋ 손등 무심하게 보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무지티에 쓱 닦을 듯. '아 뭔데여.' '야 우리 학교에 축제에 thㅏ이 온데 thㅏ이!' '아 걸그룹은 없고요?' '야이씨! thㅏ이가 오는데 걸그룹이 문제가?' '전 그래도 걸그룹이 좋아여.' '인마! thㅏ이 부르는데 우리의 모든 등록금을 걸었다에 내 오른손을 건다. 니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아 됐어여. 전 걸그룹 아니면 안 봐여.' '진짜가?' '네.' '내가 같이 보러 가자고 해도 안 갈거가?' '그건 생각 좀 해보고.' 그래놓고 thㅏ이 오는 날 오전 수업 다 째고 돗자리 들고가서 무대 맨 앞자리 차지 하고 앉아있는 전정국과 그 옆에 '읭?' 하는 표정으로 같이 앉아있는 박지민ㅋㅋ 그렇게 공연 기다리는데 너무 더운거다. 안 그래도 땀 많은 땀정국인데 애가 막 땀이 감당이 안돼서 지켜보던 박지민이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전정국 머리에 노트 펼쳐서 그늘 만들어 주고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검은색 장우산 2개랑 얼음물 사옴. 그렇게 인문대 잔디밭에는 검은 우산 두개가 때이른 무더위 속에 사이좋게 머리를 맡대고 있는 풍경이 펼쳐짐.


저녁 쯤 돼서 정국이가 펼쳐놓은 돗자리로 슬금슬금 엉덩이를 들이대는 동기들이 늘어남. '아 가라고요! 이거 우리 정국이가 아침부터 쌔빠지게 준비한거라고요!' 박지민이 곱게 접어놨던 장우산 휘두르면서 위협하는데 씨알도 안 먹힘. 우산도 뺏기고 자리도 뺏기고 그래도 축제는 축제라서 마냥 즐거움. 전정국이 잔디밭위에 퍼질러 앉은 박지민을 잡아 일으키면서 '형! 일나봐요.' 하는데 알록 달록한 축제 조명에 비친 정국이가 참 잘생겨 보여서 씩 웃는 지민이. '왜 웃는데요, 무섭게.' 시끌시끌한 주변 때문에 목소리가 절로 커짐 '니는 내가 웃는게 무섭나!' '그걸 지금까지 몰랐어여?' '내가 왜!' '몰라요! 그냥 가끔 형 보다가 소름 돋을때가 있어요.' 하면서 방정맞게 팔뚝을 문지름. '그게 바로 살인미소라는 거다.' '그런가봐여.' 미간에 주름까지 생기면서 끄덕이는 전정국이 웃겨서 크게 웃었더니 금세 따라 웃는 전정국이다. ㅎㅎㅎ...근데, 생각해보니까 멕이는 거 같은 기분은 뭐지? 박지민이 정색하고 전정국을 노려보자 눈까지 접어가며 더 크게 웃는 정국. 너나 웃지마라고 전정국 이 초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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