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러 가자고 불렀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은커녕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아서 동방에 있는 문이란 문은 다 열고 다녔다. 그래봤자 창고 문 하나와 락커문 다섯개가 전부였기에 대충 락커문을 여는 시늉만 하다가 창고로 돌진했다. 그 큰 덩치가 락커안에 억지로 구겨져 있을 상상은 별로 하고 싶지 않으니까.
벌컥 창고 문을 열자 칠이 벗겨진 의자 위에 퍼질러져 자고 있는 놈이 보인다.
"정국아."
"......"
"전정국!"
"......"
한 번 잠들면 웬만큼 불러서는 절대 깨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괜히 이름을 불러봤다. 어쩜. 정국이는 이름도 전정국일까. 속으로 감탄하며 입까지 벌린채 자고 있는 놈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아씨. 뭐 이렇게 잘생기고 난리지. 소중한 전정국. 내새끼.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내 늑대. 아직 성체가 아닌 녀석은 성장기를 정통으로 맞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강아지들이 먹고 자고 먹고 자는 일상을 반복하듯 틈만 나면 곯아떨어지는 정국이를 보며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뭉클한 감정을 느꼈었다. 날선 눈동자와 온몸으로 사방을 경계하던 일곱 살의 전정국은 어느새 나의 바운더리에서 무결점의 어엿한 늑대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꼭 감긴 눈꺼풀 아래엔 아름다운 회갈빛 눈동자가 일곱 가지 스펙트럼의 꿈을 꾸고 있겠지. 잘 먹고 잘 자고 잘 뛰어놀다가 생각나면 나를 찾아줘. 그러다 보면 훌쩍 자라버린 니가 또 새로울 테니까. 어서 자라서 완전해진 너를 보여줘. 너를 외면했던 그들조차 깜짝 놀라도록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