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제가 바다를 왜 좋아하는지 알아요?
철썩거리며 방파제를 때리는 파도 소리에 정국의 목소리가 묻혔다. 아니, 묻히길 바랬다.
-아냐구요.
집요하게 되물어보며 나를 돌아보는 전정국은 살아있는 답정너다.
-...니가 바다의 왕자라서?
-잘 아네.
그렇다. 전정국은 바다의 왕자다. 나는야 바다의 왕자를 부르짖는 그런 흔해 빠진 자뻑남들이 아니라 진짜로, 진심으로, 리얼로 바다의 왕자다. 전정국의 본명은 쿠키트리톤 넵투누스. 줄여서 쿠키라고 부른다. 아 뭐, 내가 전정국을 쿠키라고 부를 일은 죽을 때까지 없을 테지만 말이다. 방파제 아래로 긴 다리를 담근 정국이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자 거칠게 몰아치던 파도가 거짓말처럼 잠잠해진다. 왕자라고 불리는 게 그렇게 좋은가? 그럴 거면 바닷속 용궁에서 대접받으며 살 것이지 왜 뭍으로 나와서 이 험한 세상의 파도를 정통으로 맞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정국아.
-네, 형.
-월세 세 달 밀린 거 빨리 좀 내자. 엄마가 다음 주까지는 봐준대.
-아 맞다 월세! 걱정 마요.
한 달 이상 밀린 월세가 없도록 독하게 관리하는 정여사가 유일하게 봐주는 게 정국이었다. 역시 사람은 잘생기고 봐야 되는가. 문득 나를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낳아준 정여사와 아부지에게 약간의 현타가 밀려왔지만 그래도 최소한 돈 걱정은 안 하며 사니 이것 또한 세상의 공평함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형.
-왜.
-지민이 형.
-아 왜.
뭘 또 부탁하려고 저렇게 간지럽게 이름까지 붙여서 부르는지 모르겠다. 뭍으로 나온지 1년이 조금 넘은 정국은 아직도 세상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러니까 이 험한 세상의 파도에 아직 완벽 적응을 못했단 말씀. 물 가에 내놓은 애 같은 순진한 정국이가 신경 쓰여서 스스로 살아갈 만큼 머리가 굵을 때까지 보살피기로 혼자 마음먹은 게 벌써 1년이 지났다.
-형 돈 좀 빌려줘 봐요.
아, 순진하다는 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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