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사납게 의자에서 추락하고 나서 뭉그적거리다가 일어날 타이밍을 놓치고 전정국을 맞닥뜨렸다. 일으켜 주려면 주고, 말려면 그냥 지나갈 것이지 전정국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나를 쳐다봤다. ....뭐 하자는 거지? 뭔가 관찰당하는 기분이야. 나한테 관심 있나? 내가 좀 매력적이긴 하지... 그렇단 말이지? 태연한 척 키패드를 두드리다가 어린 황소 같은 눈알을 마주 보며 선빵을 날렸다.



"정국씨 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

"아니요, 없는데."

"......"

"......"

"......"

"왜 그러고 있어요?"

"그흐... 내가 하지정맥류 끼가 있어서."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하지만 어린 황소 눈알은 미심쩍게 가늘어졌다.



"이게 베스트 자세래요. 정국씨도 같이 해볼래요?"

"제 다리는 건강합니다."

"아 그러시구나."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예요?"



시바. 니가 사라지는 순간에요!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는지 전정국이 드디어 발을 뗐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왔다. 전정국이 가까이 올수록 내 시선도 점점 높아져 갔다. 코 앞까지 다가온 그가 내 품에 어정쩡하게 올려져 있는 노트북부터 들어주고는,



"알았으니까 그만 일어나요."



하며 손을 뻗었다. 손이 겁나 예쁘네. 그 예쁜 손을 힘껏 잡아 쥐고 몸을 일으켰다. 내가 몸무게를 실어 당기는 힘을 맞받아치며 나를 쑤욱 끌어올리는데 힘이 어느 정도로 센 건지 감도 안 잡혔다. 순진한 송아지 눈알을 하고선 힘이 장사다.



"앗 따가..."



갑자기 몰아치는 혈액에 저릿해진 다리를 내려놓지도, 들어올리지도 못하고 어중간하게 서 있자 그걸 본 전정국이 동그랗게 웃었다.



"쥐 났어요?"

"아니요. 이게 바로 하지정맥류예요."



이제 볼우물까지 만들면서 웃는데? 시바 안 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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