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다고 1년 꿇은 2학년 정국.

무용과 3학년 지민.




둘이 동갑인데 학년이 다름. 정국이가 데뷔 준비한다고 1년 늦게 고등학교 입학했기 때문. 일 년에 학교 나오는 날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음. 하루는 정국이가 애들 몰려들 거 대비해서 원래 등교 시간 보다 좀 늦춰서 오전 수업 중일 때 등교를 했는데 별관 쪽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 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이끌려서 별관 복도를 따라 걷는데 무용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음. 뒤쪽 창문이 조금 열려 있었는데 그 틈으로 음악소리가 새는 거였고. 천장 쪽에 높게 달린 무용실 창문으로 피아노 소리와 햇빛이 동시에 새어 나와 정국은 저도 모르게 까치발을 들고 창문 너머의 풍경을 훔쳐보게 됨. 



......

......

.....와...



그 안에서 나비처럼 비상하는 지민을 목격.





그날 이후로 정국은 멍 때릴 때 마다, 밤에 잠들기 전마다, 눈 감는 순간마다 지민의 잔상에 시달림. 몇 번 못 가는 학교지만 갈 때마다 무용실부터 스캔하게 되고. 사실 피곤하고 귀찮아서 학교 빠지는 날이 더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틈만 나면 꼬박꼬박 교복부터 챙겨 입는 정국을 보며 매니저형은 어리둥절하면서 기특함.



같은 반 동생들한테 들은 말로는 나비가 박지민이라고 함. 유일하게 혼자 남은 무용과 3학년 남학생. 학교 수석이라서 때려치우고 싶어도 그만 둘 수 없는 무용천재라고. '왜 때려치우고 싶어 하는데?' '돈이 많이 들거든요. 알잖아요 형. 예체능 돈 많이 드는 거. 근데 그 선배가 좀 형편이 안 좋아요. 장학금이랑 지원 같은 거 받으면서 하긴 한다는데.. 에라이, 내가 누굴 걱정해. 내 주제에.'



지민의 정보는 수집해 놨지만 학년이 다르고 과도 달라서 같은 학교 안에서도 마주칠 일이 극도로 없었음.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정국이는 새로운 앨범으로 컴백하면서 대박 행진을 이어감. 살인적인 스케줄에 허덕이다가 후속곡 준비로 한숨 돌리며 학교에 생존신고하러 가는데 복도에 들어서면서부터 얼굴 보려고 몰려온 애들로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고. 순식간에 많은 인파가 몰려서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로 계단을 타고 3학년 층계까지 올라가다가 계단 코너에서 누군가와 부딪힘. 부딪히는 순간 상대방의 가벼운 질량에 놀라서 본능적으로 튕겨져 나가는 몸을 확 잡아줬는데 얼굴 확인하니까 박지민임. 야생의 나비와 마주한 것 같은 짜릿함에 온몸의 솜털이 솟음.



-박지민이지?

-어? 어어...

-난 전정국이야.

-어. 알고 있어.

-어떻게 알아?

-....너 유명하잖아.



하면서 웃는데 정국은 자신의 심장이 너무 심하게 나댐을 깨달음. 



-박지민 너 진짜 나비 같아.






'wee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누구 거예요?  (0) 2016.10.22
잘나가는 아이돌  (0) 2016.10.21
엠티 마지막 날  (0) 2016.10.21
S급 센티넬  (1) 2016.10.21
들킨 건가 싶었다  (1) 201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