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d

넌 나의 루키

⭐️ 🌟 2017. 7. 27. 19:01




"전화 왜 안 받았어요?"

"오후에 스터디 있다고 말했잖아."

"언제요?"

"아침에 니 차에서! 파스타집 지나갈 때 저기서 저녁 먹을래요? 하고 니가 물어보던 그때!"

"......"

"니가 기억 못하는 걸 왜 나한테 성질이야?"

"......"

"...많이 기다렸어?"

"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어쩐지 시무룩한 모습을 보니까 영 마음이 안 좋다. 저 새파랗게 어린양이 두 시간 넘게 학교 후문에서 목 빠지게 날 기다리고 있었을 걸 상상하니... 아휴... 저 어린놈... 어쩌다가 우리는 서로에게 발이 꼬여 넘어지게 된 걸까.



"다음부턴 말도 하고 문자로도 보내요. 나 머리 나쁜 거 알잖아요."



머리 나쁜 놈 치곤 너무나 상위권 대학교에서 놀고먹는 것 같다만. "응. 알았어. 다음부턴 문자도 꼭 보낼게. 아직 밥 안 먹었지?" 하고 묻자 새초롬하게 머리를 끄덕인다. 음... 놈을 진정시키고 나서 생각해보니 배고파서 성질낸 건가 싶고. 충분히 그럴만한 애라서. 한 번은 늦잠을 자서 아침밥이고 뭐고 허둥지둥 전정국 차에 몸을 구겨 넣었는데, 산발이 된 내 머리를 신기한 얼굴로 보던 놈이 아침은 먹었어요? 하고 물었었다. 대꾸할 기력도 없어서 눈도 못 뜬 채 고개를 젓고 있는데, 나도 못 먹어서 배고파요- 라고 한마디를 던지곤 엑셀을 얼마나 푹푹 밟으면서 도넛 가게로 가던지. 난폭운전에 심장이 쪼그라들어서 안전벨트를 구겨잡고 있는 나를 힐끗 보던 전정국이 눈을 치켜뜨며 다시 엑셀을 밟았다. 야 이 미친놈아! 과속방지터억! 내 궁둥이! ...... '시간 없어서 이거 밖에 못 먹어요. 형도 먹어요.' 하며 종류별로 담긴 도넛 상자를 내게 던지듯 떠안기곤 초코가 발린 도넛 하나를 꺼내어 입에 한가득 물고 다시 핸들을 잡던 놈. 문득 그 날의 허기진 눈빛이 떠올랐다.



"스터디할 때 핸드폰 압수해요?"

"오... 상상력 굿."

"전화는 왜 안 받는데?"

"무음으로 돌리고 가방에 넣어두니까. 방해되잖아."

"내가 방해돼요?"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화법. 환장 화법!


구구절절 논리적인 해명의 시간 가지고도 전정국은 여전히 뚱했다. 아 뭐 어떻게 해야 풀릴 건데?! 답답한 마음에 운전 중인 놈의 오른쪽 허벅지 위에 손을 착 올렸다. 꿈틀거리는 허벅다리 근육이 손바닥으로 느껴진다. 뭔데요? 하는 표정으로 슬쩍 나를 보던 녀석이 천천히 속도를 늦춘다. 전정국이 입은 청바지의 찢어진 결을 손톱으로 살살 긁다가 실수로 살도 만졌다. 매끈하고 단단했다. 손끝에 남은 감촉을 느끼며 창밖을 보고 있는데 반사된 창문으로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에어컨 켜줄까요?"

"아니 괜찮은데."

"사실 내 차 자동 온도 조절이라서 안 켜도 돼요."

"....."

"근데 그렇게 물어봐 주면 기분 좋잖아요. 형은 차에 관심 없으니까 내부 장치 같은 거 잘 모를 거고. 내가 에어컨 안 켜줬다고 오해하면 억울하잖아."


좀 그럴듯한데? 어쨌든 늘 에어컨 켜줄까요? 끌까요? 하고 묻는 전정국에게서 다정함을 느꼈으니까. 계획대로라면 성공적이다. 놈의 걸맞지 않게 섬세한 수작에 피실피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스터디 들어가기 전에 간단하게 먹은 빵 쪼가리는 토론 시간에 모든 칼로리 불태웠다. 사실상 암기력 테스트지만 대학생의 얄팍한 자존심이 토론이라고 포장하는 거다. 아침에 전정국이 가자고한 파스타집에 라스트 오더를 10분 남겨놓고 들어가서 눈에 보이는 대로 주문을 했다. 



"스터디는 잘 하고 왔어요?"

정상인 모드 on.



"남자 많아요?"

off.



"다른 학교 학생도 받아줘요? 교환 학생 같은 걸로요."

"그냥 니가 수능을 다시 보고 우리과 신입생으로 들어오는 게 빠를 것 같은데."

"그럴까 싶기도 해요."

"농담 마라."

"솔직하게 말해요? 얼마 전에 수능 문제집 샀는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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