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 따라온 고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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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 형 따라 축제에 오긴 왔는데 과외시간 다 돼 가서 안절부절못하는 고딩 정국. 생각해보니까 과제도 덜 함. 멘붕.
-어머, 태형아 쟤는 누구야??
김태형 뒤에서 사슴 같은 눈을 하고 멀뚱하게 서 있는 프레쉬한 인물에 동기들의 이목이 순식간에 집중되었다.
-아 내 아는 동생인데,
아는 동생인데-로 시작하는 김태형의 말에 모두들 눈을 반짝이며 사슴녀석의 신상에 귀를 기울였다. 근데 이 수많은 눈깔들 중에 김태형의 '아는 동생인데'를 의심하는 눈깔이 단 한 짝도 없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죽도록 공부해서 대학교 가면 등신 된다더니 그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고. 김태형이 지금 1학년이자 스무 살인데 놈의 아는 동생이라 하면 최소 19.9살 아니냐고. 그냥 술, 존나 센 술, 외국 술, 제3세계의 술 등 유해 성분으로 가득한 주막에 고딩 애기가 입장하셨습니다 학우 여러분.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김태형이 혹시나 무슨 생각을 가지고 고딩을 데리고 왔나 싶어서 옆구리를 찔러봤지만 옴마, 아포오, 이런 망측한 소리를 내는 바람에 기분이 구려지기만 했다.
-전정국이라고, 잘생겼지?
잘생겼지-하며 자랑하듯 던지는 말에 반사적으로 사슴놈의 얼굴을 다시 스캔하는데 뭐, 잘생기긴 했네 그래. 사슴놈을 뒤에 세워놓고 자연스럽게 동기들과 수다에 빠진 김태형은 안타깝게도 아는 동생의 표정은 읽지 못했나 보다. 커다란 눈이 미묘하게 초점이 나간 게 보인다. 얼빠진 얼굴로 서 있던 사슴이 돌연 제자리 스텝을 밟으며 보는 사람까지 초조해지게 몸을 들썩이는데 왜, 왜 저래.
-하... 미치겠네.
한숨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사슴이 좌로 스텝을 밟으며 위치를 옮겨 김태형의 옆통수를 보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
-......
사슴의 고운 얼굴이 좀 찌그러졌다. 뭔데 그렇게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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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엇, 쟤도 고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