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d

옥수수 니가 먼데 2

⭐️ 🌟 2016. 7. 10. 00:08






박지민은 어떤 것에 한 번 꽂히면 그 하나가 가루가 될 때까지 파고드는 습성이 있었다. 예를 들면 머리 쓸어 넘기기라든가, 이상한 사람이 그려진 모자만 계속 쓰고 다닌다든가, 전정국을 귀여워하는 멋진 형님이 되기 같은 것이 말이다. 평소에 과자를 밥 대신 즐겨먹는 미취학 아동 입맛의 박지민이 최근 꽂힌 음식은 특이하게도 옥수수였다.



내게 옥수수를 내밀던 그날 밤, 옥수수를 쥐고 있던 손의 반대편을 잡고 옥수수를 반으로 뚝 갈랐었다. 옥수수가 두 동강 나자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흔들리는 박지민의 눈동자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어째 동네 길에서나, 집 앞에서나, 아파트 단지에서나 아무튼 마주칠 때마다 옥수수를 들고 있는 박지민을 보며 저 인간이 또 밥 대신 위장을 교란시킬 쓸모없는 음식을 발견했구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삼시세끼를 과자만 먹어대다가 동네 김내과 vip 환자가 된 박지민이 또 얼마 안 있어 아프다고 찡찡거리는 소리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조금 한심한 얼굴로 옥수수를 뜯어 먹고 있는 박지민을 보고 있는데 내 시선을 읽은 박지민이 슬그머니 옥수수를 입에서 내린다.



"미안 정국아, 너 줄 거 따로 못 챙겼어."



아니요. 번지수를 완전 잘못 찾았는데요.



"형. 옥수수 좀 그만 먹어요."

"왜! 옥수수가 얼마나 맛있는데."

"형 또 밥 안 먹고 옥수수만 먹고 다니죠?"

"어! 어떻게 알았냐? 역시 정국이는 날 너무 좋아해."



마무리가 별로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쨌든 밥 대신 옥수수에 꽂힌 박지민의 위장 사정은 너무나 잘 알겠다. '형 옥수수만 먹고 다니면 그거 원푸드 다이어트 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원푸드 다이어트가 얼마나 몸에 안 좋은지 알죠?' 무방비하게 앉아 있다가 내 논리펀치에 맞은 박지민이 인상을 찌푸린다. '나 옥수수만 먹는 거 아니야. 밥도 먹거든?' '거짓말 마요. 아줌마한테 물어볼 거야.' '왜, 왜 옥수수 먹으면 안 되는데? 옥수수가 뭐가 나쁜데??' 박지민이 침까지 튀겨가며 옥수수의 역성을 들길래 옥수수의 단점을 생각하느라 잠깐 입이 막혔다.



"옥수수가 뭐가 나쁘냐고 이 자식아."

"이에 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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